압구정 갤러리플래닛에서 개인전 5월25일까지
디테일+장식성 강한 10호 크기 신작 15점 전시
2019년 04월 24일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에너지가 소진됐다. 작가로서 어떻게 가야할지 자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청바지 작가’ 최소영(39)이 서울로 올라왔다. 2010년 카이스 갤러리에서 전시 이후 9년만의 개인전을 연다.
서울 압구정로 갤러리 플래닛에 신작 15점을 선보인다. 20년간 청바지 작업에 매진해온 것처럼 의리파다. 카이스 큐레이터였던 이현정씨가 플래닛 전시장을 개관하면서 전시 인연이 이어졌다.
“10년간 카이스 갤러리 전속작가로 활동하다 지난 2015년 계약이 끝났다. 이후 조용히 지냈다.”
24일 부산에서 올라온 작가 최소영은 차분하고 평온해 보였다. “이사 간 후 만난 유기견 진돗개가 내 삶에 영감을 주었고 산이 치유해줬다.”
’30대 스타작가’로 펄펄 끓는 용광로같은 미술시장을 지나왔다. 그 뜨거움속 ‘청바지 작가’로 활활 타올랐다. ‘없어서 못파는 작품’이었고, 크리스티 경매에서 시작가를 웃돌며 낙찰 행진했다.
2001년 부산 동의대 미대 학생이었던 최소영은 서울 인사동에서 연 첫 개인전 ‘천 조각의 풍경’으로 떠올랐다. 헤진 청바지로 잘라 만든 작품은 꿈틀거리던 국내 미술시장에 불을 지폈다. 2004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청바지 작품이 9만5600홍콩달러(약 1300만원)에 팔리면서 일약 ‘청바지 작가’로 급부상했다. 부산 출신, 20대 작가의 혜성같은 등장은 ‘아웃사이더 반란’으로까지 조명됐다. 당시 서울대 홍대 출신이 장악하던 미술계에 균열을 내며 미술시장을 뜨겁게 달군 주인공이다.
“솔드아웃 되는 게 당연시 됐다. 잘 팔리는 풍으로 작품이 만들어졌다. 어떻게 스톱해야 될지도 몰랐다.”
대학시절부터 청바지 작업을 시작하여 10여년을 쉬지않고 달려왔다. 그렇게 체력이 소진됐고 ‘청바지 작가’라는 타이틀도 부담으로 작용됐다.
10년동안 바닷가 근처를 맴돌던 작업실 공간을 산쪽으로 옮겼다. 뒷산으로 등산을 가고, 집주변을 반려견과 산책을 다녔다. 비우니 보였다.
“계절의 변화가 눈에 들어왔다. 늘 그곳에 있었겠지만 나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온 것은 참 오랜만이었다. 봄의 새순이 돋아나는 생명력과 색색의 이름 모를 꽃들, 여름의 뜨거운 햇볕아래 푸릇푸릇한 자연의 힘, 가을의 온은한 바람과 조화로운 산세의 풍경, 겨울의 매섭고 찬 기온을 견디고 버티는 강인함이 온전히 느껴졌다.”
3년간 작업을 놓고 유기견 반려견과 생활하면서 깨달았다.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2017년 ’10대와 통하는 동물권리 이야기’의 삽화를 맡으면서 두려워했던 그리기 작업에 흥미도 느꼈다. “인간과 동물의 조화로운 삶에 대해 적게나마 실천하면서 작가의 삶과 작업은 함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누구에 의해 선택되어지는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자”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청바지를 다시 잡았다.
2018년 ‘계절 느끼기’ 시리즈가 나왔다. 자연의 생명력을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청지의 색과 대비시켜 힘있고 강인하면서 인공의 도시풍경과 어우러진 풍경이 나왔다. 푸른 청바지색의 조화로움에서 노랑 분홍 빨강등 화려한 색도 스며들었다.
이번 전시에는 기존의 풍경 작업을 기본으로 사계절의 느낌을 담아 좀 더 생동감 있고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유기견 진돗개 ‘초코’의 모습도 곳곳에 담아 눈길을 끈다.
10호~30호 크기의 작품들은 장식성이 강하다. 이전 도시풍경이 거대한 ‘청바지 회화’ 이미지였다면, 이번 신작은 아기자기 오밀조밀한 디테일이 강렬하다. 청바지 트임의 흰색 실밥, 검은색 지퍼, 단추, 갈색의 가죽 상표, 옆 단의 박음질 선, 뒷주머니 등을 정교하게 자르고 맞추어 풍경을 구축했다. 2019년 신작은 청지라는 재료의 재질감을 최대한 살린게 특징. 하늘이라는 공간에 계절, 시간, 분위기를 인공적 물빠짐으로 처리한 재킷 형태로 두드러지게 표현했다.
대학교 2학년 재료 차별화로 만난 청바지와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가 됐다. “그림을 못 그렸어요. 기본적 테크닉이 없었어요. 그런데 청바지로 잘라 만들다 보니 손맛,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게 좋았어요. 푸른계열이라 안정감도 있었고, 저는 하늘거리는 청지가 가장 좋아요”
부산 금정구로 옮긴 작업실은 그야말로 “공장”이다. 먼지가 많아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껴야한다. 2000벌쯤 청바지 더미와 함께 하는 ‘재료 부자’다. “6m 대작 광안대교 작업을 위해 청지를 사본적은 있지만, 여지껏 사본 적은 없어요. 하하하”
‘잠잠한 풍경’으로 출발한 청바지 작업은 이제 손이 풀렸다. 작은 사이즈에 쏟아낸 열정은 대작으로 가는 길에 속도를 내게 하고 있다. ‘스타 작가’로 1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젊은 작가’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자기 것 하면 된다”는 확고한 신념은 변함없다. 후배 작가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다.
“아직 청바지로 해보고 싶은 작품을 못풀었어요. 하고 싶은 작업이 더 있어요. 청바지 작업은 하나 하나 실험이고 도전입니다. 하지만 반복은 없어요.” 전시는 5월2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