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30일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일회용 반창고의 원조인 ‘밴드 에이드'(BAND-AID) 상자가 따뜻한 감성의 팝아트로 그려졌다. 베인 손가락에 ‘빨간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던 오래전 그날로 시계를 돌려놓는다.
이제 CD도 사라져가고 있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는 카세트테이프의 시대였다. 인기곡만 모아 녹음하고 펜으로 제목을 직접 적은 테이프를 보는 것만으로도 청춘의 추억이 되살아난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 플래닛에서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지니 리 개인전 ‘Lost And Found’는 이처럼 지난 시절의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물들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아트 인스티튜트 오브 보스턴을 졸업한 지니 리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 대한 미시적 이야기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관계’를 탐구하는 팝아트 형식의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회화와 드로잉 40여 점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성장한 작가가 유년기와 청년기에 경험한 문화와 감성을 기억 속 오브제로 찾아간 여정의 결과물이다.
반창고나 카세트테이프는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 상품이지만, 작가는 그 이미지를 단순히 복제하고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개인적 기억과 연결하는 매개체로 활용한다.
상처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찾는 반창고는 치유를 상징하는 기호로 작용한다. 음악을 좋아했던 작가에게 카세트테이프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매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평범한 나날이 그리워지는 요즘, 지니 리는 개인적 일상과 기억에서 출발한 작품으로 자신의 흔적을 되짚고 현대인들에게 치유와 공감의 손길을 내민다.
오브제 연작들과 함께 인물 연작, ‘치카’와 ‘치코’도 전시된다. 제목은 스페인어로 각각 여성과 남성을 뜻한다. 작가의 무의식 속에 새겨진 익명의 초상들이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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