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선 작가의 작품전 ‘파편화된 자기’ 전(갤러리 플래닛)에서 선보이고 있는 설치 작품(부분). 플래닛 제공.

깊은 자아 성찰로 탄생한 맑은 조각, 김유선의 ‘파편화된 자기’ 전

2017년 07월 05일

자개는 오색영롱한 신비한 빛을 지닌 독특한 물성을 자랑한다. 또 인고의 시간이 응축된 상징성도 지니고 있다.

김유선 작가(50)는 그 자개를 소재로 삼아 전통 자개 공예기법을 회화와 접목시킨 현대미술 작품 활동으로 유명하다. 대학 졸업 후 프랑스로 건너가 국경을 넘나들며 빛을 핵심으로 하는 회화작업을 하던 김 작가는 빛나는 자개의 매력에 빠져든 이후 20여년을 넘게 자개 작업에 매달려왔다. 엄청나게 노동 집약적이고 정신적으로도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는 전통공예 기법도 고수했다.

구도자같은 작업 태도로 정성스럽게 자개를 다듬고 손질해 이를 세련되고 현대적 조형적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회화로 만들어냈다. 물론 호응도 컸다.

그런 김 작가가 새로운 작업을 선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파편화된 자기’(Fragmented Self)라는 전시 제목으로 갤러리 플래닛(서울 강남구 논현로)에서 열고 있는 작품전을 통해서다.

4년 만에 마련한 개인전에는 유리알, 크리스털, 바로크 진주 등을 활용한 신작 설치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기존 소재인 자개도 있지만, 훨씬 자유분방하게 활용했다.

전시장 한켠을 차지한 설치 작품들은 몇개의 잎사귀를 매단 나뭇가지같은 형상을 하고 있다.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면 낚싯줄에 투명한 레진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해 굵기와 형상들이 다양하고, 그 곳곳에 유리알과 크리스털·바로크 진주 같이 빛을 내는 재료들을 심었다.

조명을 받은 설치작은 전시장의 흰 벽에 한폭의 수묵화같은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맑고 밝고 투명한 작품들이 마치 농담을 조절한 것같은 그림자와 어우러져 특별한 감흥을 자아낸다.

또다른 쪽에는 비정형의 얇고 널찍한 작품이 내걸렸다. 자개 조각과 가루를 투명한 레진으로 고정시킨 작품은 역시 맑고 밝은 독특힌 빛을 자랑한다.

신작들은 하나같이 세상살이에 초연한 듯, 큰 깨달음을 얻은 구도자처럼 자유분방하다. 자신에 대한 깊고 넓은 성찰의 과정을 담아낸 듯 추상적이다.

“사실 지난 몇년간 제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습니다. 불안에 휘둘리고 새삼 인간관계에도 어려움을 느끼면서 심리학 공부 등을 했습니다. 저도 모르던 제 내면의 본 모습, 단단하게 굳어진 거짓된 신념들을 깨고 비로소 자아를 마주할 수 있었죠.” 김 작가는 “거의 평생을 매달려온 자개 작업이 한 작가의 표절 대상이 되면서 논란이 벌어진 것도 새로운 작업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에 대한 성찰로 작업도 훨씬 자유분방하게 이뤄졌다고 말한다.

김 작가는 작품 활동과 더불어 2003년부터 세계 곳곳의 고아원, 양로원을 찾아 아이들, 어르신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미술치료의 하나인 ‘무지개 예술 프로젝트’를 벌여오고 있다.

자신의 작업을 치유와 위로라는 실천적 형태로 확장시킨 것이다. 김 작가는 “저도 많이 배우는 활동”이라며 “앞으로 새터민 청소년 학교를 대상으로 한 무지개 예술 프로젝트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14일까지. (02)540-4853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1707052305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