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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y Trilogy
Apr 21, 2017 - May 17, 2017
권혜원,김하나,박광수
 
Introduction
Works
 
 
<메모리 트릴로지Memory Trilogy>는 기억에 대한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이 전시는 흔적들을 통한 과거로의 회귀이자 계속해서 현재로 소환되는‘기억’을 주제로 권혜원, 김하나, 박광수 작가의 작품들에 담긴 의미와 맥락을 탐색한다. 글을 쓰는 것은 흔적들을 외재화함으로써 사고를 조직하는 것인데, 시각예술 역시 기억을 소환하고 재구성하여 사고의 지평을 확장한다는 관점에서 이번 전시를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세 명의 참여 작가들이 회화, 드로잉, 영상 매체를 통해 펼쳐내는 각각의 스토리는 단편적이면서도 기억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기억은 크게 두 가지 형태이다. 기억 그 자체로 보존되어 있는 순수 기억과, 지각과 같은 인식 행위를 통해 현재로 돌아오게 하는 물질화된 기억이다. 그러나 이 두 개의 다른 기억은 독립적인 것이 아니고 서로 의존적이다. 순수 기억은 현재의 어떤 흔적이 남겨진 사물과 같은 매개체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 숨쉬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다수의 익명이 갖고 있는 특정 장소와 관련된 순수 기억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허구의 만남(권혜원), 시간 속 여러 기억, 흔적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변화(김하나), 그리고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작동하는 기억과 상상, 무의식과 실재 간의 틈(박광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권혜원 작가의 작품,‘어느 관광 엽서의 일생’(2014)은 엽서라는 사물에 보존된 기억을 사실과 허구로 엮어 만든 영상 작업이다. 작가는 1930년대 조선 총독부의 사진이 실린 엽서를 접하고 그것을 실제로 인터넷을 통해 중국인으로부터 구입한다. 이 엽서는 그 당시 조선 총독부에 일하는 남편을 따라 온 어떤 일본인 여성이 고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소식을 전하면서 보냈던 것이다. 이 엽서가 어떻게 그 여성의 가족에게서 중국인의 손에 들어가게 되었을지, 작가는 그간의 이동 경로를 기록의 흔적과 자신의 상상으로 만들어 나간다. 또 다른 영상 작품,‘기억박물관 – 구로’(2016) 는 구로공단의 변두리에 위치한 금천예술공장 레지던시 건물의 과거를 추적한 것이다. 과거 독산동 333-7 이라는 주소를 가졌던 이 장소에 머물렀던 다섯 명의 인물, 조상 대대로 이곳에서 보리농사를 지어왔던 농부, 치매에 걸린 전선 공장의 경리 직원, 온도계 공장에서 일했던 소년, 금천예술공장 레지던시 예술가 등의 이야기는 과거의 기억을 위한 무대와 가시적 흔적이 사라진 현재의 장소를 공존하게 한다. 

빙하의 성질에서 인간의 존재 양상을 발견한 김하나 작가는 추상성이 강한 회화작업을 선보인다. 붕괴되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빙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는 인간 삶의 본질적 속성과 닮아 있다. 이러한 김하나의 작업 세계는 기억, 흔적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흔적들을 추적하는 것은 인간 존재에 대한 탐색이었고, 그것은 작가를 계속해서 변화되는 지형을 만들어내는 빙하와 조우하게 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여행지에서 구입한 엽서와 같은 오브제가 환기시키는 기억 그리고 그 기억과 현재의 간극을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모든 흔적들은 기억의 일종이다. 흔적들은 플라톤이 말한 히포므네시스(hypomnesis), 즉 ‘외재화된 기억을 통한 회상’을 일으키는데, 작가는 빙하의 추상화된 형태를 통해 관람자를 과거로의 회상으로 인도한다. 한편 평평하게 틀에 당겨진 채로 씌워져 있는 캔버스가 아닌 그냥 천으로서의 캔버스 위에 자연스럽게 얹힌 유화물감은 기존의 유화기법에서 보여줄 수 없었던 기억, 흔적, 변화의 비고정성을 적합하게 표현해준다. 

드로잉의 외연을 확장하며 주목받고 있는 박광수 작가는 과거화된 기억과 재인식된 기억, 가상과 현실,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에 자리잡은 틈을 파고든다. 현실에서의 지각과 같은 인식 행위 너머에 존재하는 기억, 상상, 무의식의 영역에 대한 관심은 이번에 소개되는 아크릴로 그려진 연작‘검은 숲 속’(2015),‘좀 더 흐린 숲 속’(2015)에서도 드러난다. 이 작품들에서 등장하는 숲은 작가에게 있어 보이지 않는 세계의 심연이 현실의 세계와 맞닿은 경계를 상징한다. 숲속이라는 배경에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대상들은 결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직조된 듯이 서로 얽혀 있는 두 영역의 관계를 보여준다. 이 두 연작들과 함께 전시되는‘안개의 정원’(2015)에서도 관람자들은 마치 어둠 속 미지의 영역을 산책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선을 통한 흑백의 대비는 그 영역을 더욱 초월적이면서도 생명력 있게 보이도록 한다.

우리의 모든 지각에는 감각적 체험 외에도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기억과 많은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다. 기억과 결합된 다양한 이야기들은 현실 세계를 지각할 때 흥미로운 연합 작용을 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가들의 작품에서 우리는 그러한 기억의 세계가 펼쳐내는 기묘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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