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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incidental Painting
Jul 7, 2016 - Aug 6, 2016
임영주,장은의
 
Introduction
Works
 
 
공교롭게도 회화

캔버스와 작가가 물감이라는 매질을 타고 끊임없는 대화를 나눈다. 그린다는 행위는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태초의 것이리라. 오래되어 익숙하고 이미 그대도 알고 나도 알고 있으니 더는 얘기할 게 없는 것이 아닐 터.
여기 회화, 그림 그리기라는 행위에 관해 이야기하는 두 작가가 있다. 종교와 통속적 믿음에 대해 영상, 설치, 회화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임영주와 오랜 기간 비물질적 매체에 매료되어 있던 장은의는 마치 공동의 터를 일구듯 캔버스 화면을 통해 긴 호흡을 시작한다.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공통적 대상이나 주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릴 것이 많으면 그림 그릴 시간이 늘어나니 좋다고 말하는 임영주와 지금 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어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장은의의 회화에 대한 요청이 맞닿았다. 그림을 그리는 각자의 시간은 다르지만 그림을 그려야 하고 그리겠노라 선언하는 두 사람의 견고한 붓질이 이곳에 겹쳐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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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례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한다는 점에서 임영주는 세필로 직조하는 듯한 이전의 작업처럼 비효율적인 방법을 택한다.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찰나로 스쳐 간 시간이나 머릿속 상상의 이미지를 그린다. 캔버스 위에는 처음부터 거기 놓여있었던 것 같은 뭉툭한 이미지가 있다. 빛을 드리운 화면에는 단숨에 공간을 비껴간 붓질이 솟아오르고, 희미한 형상의 경계를 견고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를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낯선 풍경 속으로 손을 잡아 이끈다.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이미지들은 하나의 존재처럼 물감을 통해 드러났다가 이내 작가의 손에서 사라진다. 그릴 것이 많으면 새로운 캔버스에 또 다른 이미지를 그리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그는 캔버스 위에 머물고 싶은 물감들을 이내 저편의 세상으로 돌려보낸다. 그러나 곧 사라진 이미지는 머릿속에 떠오른 과거의 어느 순간들과 교신하며 또 다른 물감 덩어리로 캔버스 위를 유영한다.
꿈 이야기는 내가 돌인 것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스스로 돌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돌이 아니고 그 뒤에 있던 그림자라는 것을 알고 슬퍼한다. 그러다 뒤를 돌아보니 해인 줄 알았던 해가 해가 아니라 그림자라는 것을 발견하고 이내 기분이 좋아졌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우주적 상상이 붓질과 물감을 통해 이미지/형상으로 드러난다. 지금 이 순간을 유보하며 횡단하는 이미지가 탄생하고 있다.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바라보았던 거리의 풍경, 잊고 지냈던 꿈속의 이미지들은 이미 그곳에 있었다. 우연하게도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순간, 흩어진 이미지들이 캔버스 장에 펼쳐진 것이다. 사람들의 입을 따라 전해오는 이야기를 설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글로 기록하고 이미지로 풀어내던 작가의 몸은 이야기와 이미지의 머물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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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릴 수밖에 없어서, 그리기라는 행위를 다시 시작한 장은의는 최근 몇 년간 그리기 연습을 해왔노라 고백한다. 전시된 작품들만 본다면 ‘그림연습’이라는 그의 말이 곧이들리지 않을 것이다. 어설프고 성근 터치가 주는 여린 느낌은 뒤로 물러나고, 얇게 펼쳐 바른 물감이 유려한 터치를 만났다. 
스마트 폰으로 촬영한 일상이 비물질적인 ‘빛’을 따라 캔버스에 내려앉는다. 영상과 사진을 통해 기계의 손을 빌어 소유할 수 있었던 이미지는 이제 작가의 몸을 통해 만들어진다. 셔터를 눌러 얻을 수 있는 빛-이미지는 반복되는 터치 속에서 캔버스에 자리를 남긴다. 마치 한순간에 포착한 것 같은 이미지는 헛손질 없는 작가의 손길을 따라 고른 밀도로 펼쳐있다. 캔버스에 자리 잡은 흰색 물감은 햇빛을 가득 안고 일렁이는 물결이 되었다. 초록색이 그림 같은 풍경이 되는 순간이다. 한 귀퉁이부터 매워진 캔버스 위에 풀빛 강물이 가득하다. 흘러가고 있지만/지금은 정지된 강물이 덧없는 시간의 아름다움을 머금었다. 

그림 그리기를 택한 것이 아니라, 그릴 수밖에 없다는 부름의 밑바탕은 무엇인가. 그린다는 행위의 아름다움은 공교롭게도 아름다운 대상을 곁에 두고 오래 바라보고 싶다는 소유욕이 아닐는지. 
쭉 짜진 물감 중 작가가 고른 색채들이 팔레트 속에서 섞이고, 반복되는 터치를 따라 물감이 거듭 만난다. 마침내 그리기는 머리속 상상과 소유하고 싶은 대상 이미지가 붓을 쥐고 물감을 섞는 작가의 몸을 흘러 에너지가 흔적으로 캔버스에 남는 것이 아닌가. 작가와 캔버스 화면이 하나로 포개지며 색으로 발화하는 바로 그 순간에. /이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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