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English
 
EXHIBITIONS
Current
2018
2017
2016
2015
2014
2013

GALLERY
ARTISTS
ARTFAIRS
NEWS
사물극 Object Plays
Dec 12, 2013 - Jan 10, 2014
이주은
 
Introduction
Works
Press
 
 
전 시 명 : 이주은 개인전 <사물극 Object Plays>
전시일정 : 2013. 12. 12 ? 2014.01. 10
오 프 닝 : 2013. 12. 12 (THU) PM 5
전시장소 : 갤러리 플래닛 Gallery Planet
담당자 : 방소연 팀장(Email. sy@galleryplanet.co.kr│CP. 010 2709 6376)

이주은은 현대인의 삶의 일상을 구성하는 사물들을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고 그 안에 숨겨진 경이로움을 작품에 담아내는 작가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일상은 무수한 사물들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의 삶과 일상은 이들 사물들이 말을 걸어오고 그 사물과 대화를 나누는 일이다. 사물들을 유심히 들여다 보면 그것을 만들었을 누군가의 배려와 만들어진 경로, 그리고 그것을 사용한 이의 생의 궤적이 은밀하게 담겨있다. 작가는 바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긴 사물에 주목하고 섬세한 숨결과 상상력을 불어넣는다. 이주은은 작품을 통해 일상의 사물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하는 순간 우리 앞에는 하나의 새로운 우주가 펼쳐진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와 함께 했던 사물들을 주인공으로 했던 이전 작업과 달리 타인의 사물, 특히 작가가 오랜 시간 알고 지내며 작업했던 목공소에서 가져온 목각 조각들을 담고 있다. 이것들은 문에 다는 손잡이, 천장장식, 가구의 장식, 깎다 말은 나무 덩어리 등 사용되지 못하고 목수의 선반에서 켜켜이 먼지와 톱밥가루를 뒤집어 쓰고 있던 것들이다. 한 사람의 선반에 놓인 사물들을 보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 취향과 생활과 그리고 성격까지도 가늠할 수 있다. 목각 조각 역시 목수의 손에 의해 모습을 드러낼 숨어있는 가치와 지속된 시간을 품고 있다. 너무나도 정교하게 깎은 장식을 보면서 목수는 “옛날에는 저렇게 정교하게 깎았었지요”하면서 과거를 회상한다. 작가는 이러한 목각 조각들을 목수의 선반에서 들어올려 정물대라는 무대로 옮겨와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퇴적된 시간을 보여주고자 한다. 무대의 배경으로는 배경으로 사용된 흰 천은 마치 우리가 망망대해와 같은 디테일이 제거된 텅 빈 공간에 섰을 때 비로소 자신과 독대하게 되는 것과 유사하게 사물에 더욱 집중하게끔 한다.

본래의 용도와 기능을 잃어버린 목각 조각들로 만들어진 사물의 무대는 하나의 초현실주의적인 공간을 연출한다. 손잡이로 만들어졌지만 제 기능으로 사용된 적이 없이 시간 안에 갇혀 있었던 목각 조각, 혹은 남거나 실패한 자투리 조각 등은 이주은의 작품 안에서 사물 본래의 의도된 기능과 상관없이 기하학적이면서 초현실적인 상상의 공간을 구성한다. 나무의 결이 살아 있는 삼각형의 조각은 지층이 노출된 산 혹은 치즈조각이 되기도 하고, 체스 말 형태의 나무 조각들은 그 자체로 꿈속의 공간을 연출하기도 한다. 조각의 결들은 이 사물이 본래 나무였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것의 형태를 통해 어렴풋이나마 목수가 애초에 의도했으나 그 길로 가지 못한 이들의 운명(예를 들어 문 손잡이나 천장 장식 등)을 암시하며, 마지막으로 작가에 의해 작품 속의 공간에서 새롭게 부여받은 이들의 운명을 보여주고 있다.

이주은의 작업은 하루 스물 네 시간, 일년 삼백육십오일 우리 곁에 무심히 놓여 있는 ‘것’들을 감각적으로 봉인한 것이다. 작가는 사물에 담긴 시간의 두께를 표현하기 위해 사진과 레진, 아크릴, 목탄 등의 다양한 재료를 여러 층위로 사용해 작품에 깊이와 공간감을 더한다. 먼저 배경을 제거하고 사물에만 집중하게끔 연출된 공간을 사진으로 찍는다. 그리고 이 사진을 나무 판넬에 붙인 뒤 레진을 붓는다. 레진은 프린트된 종이로 스며들어 흐르다 멈추고 일정한 막을 형성하고 이 과정에서 우연성이 더해져 더욱 매력적인 작품이 탄생한다. 얇은 종이는 부분적으로 밑에 자리한 합판의 결을 그대로 노출시키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얼룩을 남긴다. 레진을 흡사 붓터치를 하듯 부어 나가면서 결과 층, 질감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과 목탄으로 작가만의 느낌을 덧입힌 후 또 다시 레진으로 층을 만들어 낸다. 이러한 방법론과 연출은 결국 이 소소한 사물들의 나이테를 암시하면서 동시에 피부를 조심스레 보호하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고 싶다는 마음의 배려에서 나온 것이다. 때문에 작품에 담긴 작가만의 그 감각적인 시선은 부드러우면서도 기이하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더없이 탐미적이다.

이주은은 침묵을 아는 작가이다. 세상의 목적으로부터 더 이상 쓸모없다고, 더 이상 어떤 가능성도 남아 있지 않다고 선고받은 사물에 최소한의 가능한 것을 생겨나게 하는 작가이다. 이 세상에 하찮은 것은 없다.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사물을 담은 이번 전시가 너무 익숙해서 쉽게 간과해왔던 일상에 대한 애정과 감각을 되살려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Copyright ⓒ 2013 Gallery Planet.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