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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KIYOUNG
Sep 17, 2014 - Oct 11, 2014
이기영
 
Introduction
Works
 
 
갤러리 플래닛은 오는 9월 17일부터 10월 11일까지 먹을 사용해 자연의 시간, 나아가 자연과 연계된 인간의 삶의 의미를 화면에 담아내는 작가 이기영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작가의 대표적인 Black Flower(먹꽃)시리즈를 비롯한 신작 1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는 다양한 자연의 시간성을 담아내기 위해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먹을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사용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작업방식을 완성하였다. 수 차례의 붓질과 닦아냄을 통해 다양한 이미지가 중첩되고, 얇으면서도 반짝이는 표면을 가진 그의 작품은 광범위한 자연의 시간을 우리시대의 감각으로 담아내고 있으며, 전통적인 동양화의 개념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자연은 눈에 보이는 모습도 조형적으로 다양하지만, 그것이 담고 있는 시간도 천차만별이다.  몇천만 년의 세월을 거친 돌맹이부터 수백 년에 걸쳐 만들어진 강, 수십 년 자란 나무, 올 봄 싹을 틔운 풀, 바로 어제 피어난 꽃까지.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자연 안에서는 이렇게 제 각각의 모습과 시간을 담은 것들도 서로 거스르는 법 없이 어울리며 조화를 이룬다. 무수한 시간과 조형적 스펙트럼이 자연 안에서 하나로 어우러지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모습. 바로 이것이 작가 이기영이 포착한 자연의 본질이고, 이러한 자연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일부인 우리네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이 그의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이다.

자연이 함축한 무수한 다양한 시간의 레이어를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먹을 사용해 마치 오랜 세월 이미지가 중첩되고 닦여나간 듯한 느낌을 주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가 먹을 선택한 이유는 먹이 비수용성 안료로서 붓질을 하고 말려서 남은 입자를 물로 씻어 벗겨내는 과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는 먹을 물과 함께 갈아 쓰기에 수용성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먹은 물에 녹지 않는 미세한 탄소(그을음) 분말이 응축된 것이다. 이러한 붓질과 씻어내는 과정을 위해서 이기영은 전통적인 동양화에서처럼 한지 위에 바로 붓질하는 대신, 한지에 소석회나 대리석가루를 아주 얇게 여러 겹 발라 바탕을 만든다. 바로 이 밑바탕으로 인해 최종적인 결과물은 얇으면서도 미끄러지듯 반짝거리는 표면을 갖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의 층은 자연에서 존재의 생성과 소멸, 삶과 죽음이 무수히 반복되는 시간성을 축소해 추상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작가의 독특한 작업방식은 그의 주제를 위한 필연적인 선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동양화의 개념과 한계를 뛰어넘는 시도로서도 의미가 있다. 흔히 우리가 먹을 사용한다고 하면, 발묵(潑墨, 먹물이 번지어 퍼지게 하는 산수화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하는지 혹은 일필휘지(一筆揮之)의 기운을 얼마나 담아내는지 등에 무게를 둔다. 이는 모두 먹과 한지라는 재료가 만났을 때 한 순간에 하나가 되어버리고 다시 되돌리거나 수정할 수 없는 재료적 속성에서 기인한다. 이기영은 먹의 매력이자 한계이기도 한 이런 속성을, 한지에 소석회와 대리석가루를 발라 말린 뒤 바탕으로 사용함으로써 뛰어넘고 있다. 여러 번 덧칠이 가능한 서양의 유화물감과 달리 한번 붓을 종이에 대면 그것으로써 모든 것이 완성되고 마는 동양화의 속성을 뒤집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전통 동양화에서 갖는 여백의 미학은 먹을 물로 씻어 지워가면서 그대로 살리고 있다.

하얗게 건조되어 윤기있게 깨끗이 마무리된 표면 위에 강렬하게 흔들리는 먹과 닦아내고 지워져 아련한 자국만 남은 먹의 흔적들. 이는 얇은 표면에 응축적으로 새긴 자연의 시간이다. 수십년 동안 지속된 자연의 생성과 소멸, 존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의 결과로 완성된 이번 전시가 관람객들에게 자연 나아가 자연과 연계된 우리의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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