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인 Kim Jungin
김정인 Kim Juingin 김정인 Kim Jung In픽셀메모리 (Pixel Memory)2024Silkscreen on Fabriano Rosaspina30x29cm김정인 Kim Jung In저항하는 나무 2 (resisting tree2)2024Oil on canvas45.5×45.5cm 이전 다음 CV Relative Exhibition
크로스워크 Crosswalk
August 8, – September 13, 2024
Tue-Sat 11am-18pm
*일, 월요일은 휴무입니다.
Closed on sunday and monday
김정인 Kim Junginㆍ 조현서 Cho Hyunseo
김정인 • 조현서 2인전 [크로스워크 Crosswalk]
본 것을 기억하고 회상하는 일. 일상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이미지를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상기하는가. 기계처럼 장면의 모든 요소를 데이터로 저장할 수 없기에, 우리는 그 시간을 주관적으로 해체하여 기억한다. 이러한 기억의 과정을 세밀히 들춰보면, 사실 보는 것 이상의 무언가를 기억으로 남기고 어떤 것들을 덧대어 재구성하게 됨을 알 수 있다. 과연 여기에 무엇이 덧붙었는가. 그것은 읽고, 보고, 듣고, 배운 것, 즉 과거의 시간으로부터 전승된 모든 것들이 자연스레 묻어나는 것이며, 지식이나 취향으로 귀결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회상 과정의 다층적 시간 안에 촘촘히 베인 과거의 기억이 혼재함에 따라, 이미지는 ‘시간을 품은 사건’이 되어 기록된다. 작가들에게 회화는 이러한 일련의 사건을 기록하는 매체이자, 과거의 기억이나 내재된 정보 값을 드러내는 취향의 필터일 테다. 무한히 생성되는 시각 가운데 특별히 선택된 것이 결국 작가가 생산한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여기 서로 다른 시선을 가진 두 명의 작가가 교차점을 지난다.
크로스워크. 서로 엇갈리거나 마주친 곳이라는 뜻을 가진 전시명처럼, 교차로에 선 두 작가의 시선을 쫓아가면 이윽고 필터가 되어준 선택된 기억의 시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스티글레르(Stiegler)는 기억을 3개의 타입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다. 생물학적 기억(Biological memory), 체화된 기억(Somatic memory), 기술적 기억(Technical memory)이 그것인데, 먼저 생물학적 기억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던 DNA와 같은 유전적 기억이다. 반면 체화된 기억은 살아가면서 획득하게 되는 경험과 관련한 것이고, 이러한 기억을 외화시켜 영속할 수 있게 하는 것, 흔히 외부의 저장 장치에 옮겨 기억을 저장하는 일과 연관되는 것이 기술적 기억이다. 이러한 내외부의 기억이 섞여 외부의 메모리를 경유해 다시 우리 눈앞에 나타나기까지 우리는 수많은 (무)의식적 선택의 순간을 겪는다. 타고난 감각과 학습된 취향들이 반영된 고유성을 바탕으로 작가들은 자신만의 기억 그릇에 이미지를 기술적으로 남겨두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하는 두 작가의 엇갈린 시선은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먼저 김정인은 삶의 시간 속에서 발견한 일상의 대상들을 천천히 캔버스로 옮겨온다. 자신의 기억 속에서 서로 다른 이미지를 덧대거나 편집하기도 하고, 그리는 동안 다시 분할하거나 겹쳐놓는다. 회화의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주관적 시선으로부터 끌어와 구성하는 것이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외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만, 결국 화면에 등장하는 것은 작가의 목소리다. 김정인은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속도에 저항하듯 현재와 과거의 연결점을 갖는 시간을 품는 오브제에 관심을 가져왔다. 특히 도시의 급변 속에서 소외된 대상들, 짓눌린 나뭇가지, 방치된 오브제나 부서진 건물의 흔적들을 주된 표현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번 전시의 시작점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견고한 이미지 관계망 2>(2022)에서는 작가 스스로가 포착한 일련의 이미지들이 화면 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며, 흩어져 있던 연약한 존재의 단단한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작가는 이러한 기억의 이미지를 납작한 회화의 평면으로 옮기는 과정에 대해 재고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기억 속 이미지를 입체적인 경험의 시간으로 치환하여 그리드(grid) 위 나열되는 연속적인 입방체로 구성한 것이다. <선명해지는 기억>(2023) 시리즈에 등장하는 기억 조각 역시 이와 같은 표현의 연장선에 있으며,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된 신작 <픽셀메모리>(2024) 또한 각각의 픽셀이 모여 만든 기억의 환영을 잘 보여준다. 한편, 또 다른 신작 <저항하는 나무 2, 4>는 서로 다른 기억의 방에 의해 조각처럼 잘린 나무, 그럼에도 원래의 방향으로 뻗는 나무 등을 흑백과 컬러의 대조와 함께 부각시켰다. 작가에게 나무는 유년 시절부터 지켜봐 온 한켠의 애정어린 추억이자, 연약하면서도 굳건한 모순적 소재인 동시에 작가 자신의 투영체이다. 일련의 이미지를 기억하고 회상하는 방법 속에서 김정인은 더욱 견고하게 자신의 시선을 붙잡아, 관객을 응시한다. 외화된 작가의 기억들은 어느덧 더 강렬한 덧붙임과 함께 보다 입체적인 모습으로 세계와 관계 맺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인간의 주관적 선택을 우선에 두는 김정인 작가와 달리, 조현서는 인공지능의 개입을 흔쾌히 허락한다. 혹은 오히려, 인공지능에 의해 정의된 가장 순수한 미적 취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조현서의 첫 개인전 《Pickled Pipers》에서 작가는 현대인의 ‘편집적 자아’, 특히 감각에 의존한 기억이 아닌 외재된 기억이 만든 선택적 왜곡에 초점을 둔다. 작가는 기억의 집합체를 자아로 산정하며, 편집된 가상의 자아가 현실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 혹은 온오프라인을 경유해 상호 간의 연결점을 갖는 모습을 살폈다.
이러한 관심의 연장선에서 <피그말리온 프로젝트(Pygmalion Project)>는 ‘아름다움’이라는 주관적인 감각의 형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갖는다. 전작 에서 이미지 해석 과정에서 드러난 인공지능의 순수성과 편향성을 이미 발견한 작가는 순수한 상태(백지)의 인공지능에 자신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10,000개의 이미지를 입력한다. 이렇게 작가의 미감을 학습한 인공지능은 오로지 형과 색의 조합인 픽셀의 시각적 정보만을 인식한다. 그 오브제가 무엇인지, 어떤 맥락인지 등은 전혀 판단하지 못한 채 조형적 반복을 통한 통계 수치만 내놓는 것이다. 거의 엑셀처럼 기능한다는 작가의 표현처럼, 인공지능 ‘피그말리온’은 그 안에서 여러 조합을 통해 이미지를 생성하고 스스로 34개의 체계로 분류항을 나눈다. 조현서는 이 34개의 이미지 종류를 물감의 색상처럼 팔레트(palette)에 담고, 일련의 선택을 통해 <갈라테이아(Galateia)>를 만든다. 여러 개의 이미지를 해체하고 조립한 뒤 실크스크린으로 제판하고 그 위에 스프레이를 덧뿌려 색을 입히는 과정에서 작가는 디지털 프린팅의 연산과 입자를 그대로 묘사하고자 하였다. 이윽고 파생된 창작의 변주는 여러 갈라테이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때때로 그것은 조각이나 영상 매체로 담기기도 하는데 크기나 매체를 선택하는 일은 오직 작가의 직관에 따른다. 그리스 신화에서 자신의 취향을 쫓아 이상형인 갈라테이아를 완성한 조각가 피그말리온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어쩌면 멈춤이 없는 과정 지향적 결론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가장 순수한 현존의 상태를 기억하며, 다시 내재된 기억과의 혼합의 과정을 손끝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과거 알베르티(Alberti)는 회화를 여타의 실용적 기술이나 학문과 구별할 수 있는, 다른 지적 활동보다 훨씬 가치 있는 것으로 상정하였다. 인간을 포함한 세계의 모습을 본래 상태보다 더 아름답고 가치 있는 것으로 표현할 힘이 회화의 창작에 있다는 것이다. 기억 속 이미지를 길어와 다시 구성하는 일은 각자의 세계 속 미적 가치의 재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크로스워크 Crosswalk》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해 교차점에서 만나고 흩어지는 두 작가의 미적인 시선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내재된 기억과 외화된 기억의 혼합을 통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주관적인 판단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김정인과 학습된 인공지능의 판단으로 자신의 미적 취향을 정의하고자 하는 조현서의 이미지 속에서, 우리는 결국 지금 시대의 회화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보는 행위는 곧 그 시간의 기억을 저장하는 것이며,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며 연결하는 기억의 총체이다. 인공지능은 무지 속 편향성을 갖고 미적 판단을 하지만, 우리는 수많은 과거의 내재된 기억과의 혼합 속에서 보다 입체적인 이미지를 구상한다. 각자가 갖는 시선의 방향 안에서 마주친 두 작가는 이제 서로를 붙잡는 여러 이미지를 상기하며 새로운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 (글. 이진 /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김정인 Kim Juingin 김정인 Kim Jung In픽셀메모리 (Pixel Memory)2024Silkscreen on Fabriano Rosaspina30x29cm김정인 Kim Jung In저항하는 나무 2 (resisting tree2)2024Oil on canvas45.5×45.5cm 이전 다음 CV Relative Exhibition
조현서 Cho hyunseo 조현서 Cho Hyun SeoPalette2023Lesin42x30x3cm조현서 Cho Hyun SeoGalateia 07122024Spray on canvas24x24cm 이전 다음 CV Relative Exhib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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